[호평동 수학학원] 벌집은 왜 육각형일까, 자연이 고른 최적의 도형
핵심 개념
벌집을 가까이서 보면 작은 방들이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그 방 하나하나는 거의 완벽한 정육각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동그란 방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육각형일까요. 이 질문은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오랫동안 흥미로운 주제였고, 그 답을 따라가다 보면 평면을 채우는 도형의 성질과 만나게 됩니다.
먼저 평면을 빈틈없이, 겹치지 않게 채울 수 있는 정다각형이 몇 가지뿐이라는 사실부터 짚어야 합니다. 한 꼭짓점에 여러 다각형이 모일 때 그 내각의 합이 정확히 360°가 되어야 틈이나 겹침 없이 맞물립니다. 정삼각형의 내각은 60°이니 6개가 모이면 60° × 6 = 360°로 딱 맞습니다.
정사각형은 내각이 90°이고 4개가 모이면 90° × 4 = 360°로 역시 맞습니다. 정육각형은 내각이 120°이고 3개가 모이면 120° × 3 = 360°로 맞습니다. 반면 정오각형은 내각이 108°인데 108° × 3 = 324°로 모자라고 4개를 모으면 432°로 넘쳐버려서 평면을 빈틈없이 채우지 못합니다.
원은 아예 다각형이 아니니 둥근 방을 다닥다닥 붙이면 방과 방 사이에 메워지지 않는 자투리 공간이 남습니다. 결국 평면을 완전히 채울 수 있는 정다각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세 가지뿐입니다.
그런데 이 셋 중에서 벌은 왜 하필 육각형을 골랐을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둘레와 넓이의 관계입니다. 벌집을 지으려면 벌은 몸에서 밀랍을 만들어 벽을 세워야 하는데, 밀랍을 만드는 데는 품이 많이 듭니다. 그러니 같은 양의 밀랍, 즉 같은 길이의 벽으로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하는 모양이 유리합니다.
이 문제는 수학에서 둘레가 일정할 때 넓이를 가장 크게 만드는 도형을 찾는 '등주 문제'와 닿아 있습니다. 둘레가 같다면 변의 수가 많아질수록, 즉 원에 가까워질수록 넓이가 커진다는 성질이 있습니다. 세 후보 가운데 정육각형이 원에 가장 가까운 모양이기 때문에, 같은 길이의 벽을 쓴다면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보다 정육각형으로 지었을 때 방 내부 공간이 더 넓어집니다.
실제로 둘레의 길이를 똑같이 맞춰 넓이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둘레가 12인 정삼각형은 한 변이 4이고 넓이는 약 6.93이 됩니다. 둘레가 12인 정사각형은 한 변이 3이고 넓이는 9입니다. 둘레가 12인 정육각형은 한 변이 2이고 넓이는 약 10.39가 됩니다.
똑같은 길이의 벽 재료를 쓰고도 정육각형 쪽이 가장 넓은 공간을 얻는 셈입니다. 벌집이 수천, 수만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 하나당 이 작은 차이가 전체적으로는 상당한 밀랍의 절약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더해 정육각형 구조는 벽을 이웃한 방끼리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벌집에서 각 벽면은 양쪽 방이 함께 쓰는 공용 벽이어서, 한 번 세운 벽이 두 개의 방 모두를 위해 일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전체 벌집을 지을 때 필요한 밀랍의 총량이 더욱 줄어듭니다.
세 가지 조건, 즉 빈틈없이 채워진다는 조건과 둘레 대비 넓이가 가장 크다는 조건과 벽을 공유해 재료를 아낀다는 조건이 모두 맞아떨어지는 모양이 정육각형인 셈입니다.
다만 벌이 이런 기하학 계산을 직접 한 것은 아닙니다. 벌집의 육각형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생물학적으로 여러 설명이 제시되어 왔는데, 갓 지어진 밀랍 방이 처음에는 둥근 모양이었다가 주변 방들과 맞닿으며 밀려 자연스럽게 육각형에 가까워진다는 견해도 있고, 벌이 애초에 육각형에 가까운 형태로 짓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결과적으로 만들어지는 모양이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선택지와 일치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벌집의 육각형 이야기는 자연 속에서 수학이 숨어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로 자주 소개됩니다. 평면을 채우는 도형의 조건, 둘레와 넓이의 관계, 효율을 따지는 사고방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학에서 다각형의 성질이나 최적화 문제를 배울 때 다시 마주치게 되는 개념들입니다.
벌집처럼 익숙한 대상을 통해 이런 개념을 한 번 짚어보면, 교과서 속 도형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