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동 수학학원] 한글날에 만나는 훈민정음의 기하학, 자음은 왜 그런 모양일까
핵심 개념
10월 9일은 한글날입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다들 알지만, 그 글자의 생김새 하나하나가 사실 아주 단순한 도형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의외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은 수학 수업처럼 딱딱하게 공식을 외우는 대신, 한글 자음 속에 숨어 있는 직선과 곡선, 각도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자음을 만든 원리가 적혀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다섯 개의 자음, 즉 ㄱ ㄴ ㅁ ㅅ ㅇ은 각각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다섯 글자를 도형의 눈으로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보입니다. ㄱ은 직선 두 개가 한 번 꺾이는 모양이고, ㄴ도 마찬가지로 꺾인 직선입니다.
ㅁ은 완전한 정사각형, ㅅ은 두 직선이 위에서 만나는 삼각형의 일부, ㅇ은 원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글자가 사실은 직선, 꺾임, 사각형, 삼각형, 원이라는 몇 안 되는 기본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ㄱ의 꺾인 각도입니다. ㄱ을 쓸 때 위쪽 가로획과 아래쪽 세로획이 만나는 부분은 흔히 직각, 그러니까 90도에 가깝게 씁니다. 실제 손글씨에서는 85도에서 95도 사이로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이건 기역이다'라고 알아보는 데는 그 꺾임이 직각 근처라는 감각이 큰 역할을 합니다.
만약 그 각도가 아주 둔각이 되어 거의 일자에 가까워지면 ㄱ인지 선 하나인지 헷갈리게 되고, 반대로 아주 예각이 되어 뾰족해지면 어색한 모양이 됩니다. 글자를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데 각도라는 개념이 은근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ㅇ 이야기도 해볼 만합니다. 원은 중심에서 둘레까지 거리가 모두 같은 도형입니다.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우는 원의 정의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손으로 ㅇ을 쓸 때는 사실 완벽한 원을 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약간 찌그러진 타원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ㅇ으로 인식합니다.
이것은 글자를 알아보는 데 수학적으로 완벽한 도형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그 도형의 '특징'만 살아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원의 특징은 모서리가 없고 둥글게 닫혀 있다는 점이고, 그 특징만 지키면 손으로 그린 동그라미도 ㅇ으로 읽히는 것입니다.
ㅁ은 정사각형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정사각형은 네 변의 길이가 같고 네 각이 모두 90도인 도형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ㅁ을 쓸 때 네 변의 길이를 자로 잰 듯 똑같이 맞추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가로가 세로보다 조금 길거나 짧아도, 네 귀퉁이가 대략 직각에 가깝기만 하면 우리는 그것을 ㅁ으로 인식합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수치보다 도형이 가진 전체적인 구조, 즉 네 번 꺾이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온다는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훈민정음의 자음들은 직선, 꺾임, 각, 사각형, 원이라는 기하학의 기본 재료들을 아주 적은 개수만으로 조합해서 만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학에서 복잡한 도형도 결국 점, 직선, 각이라는 기본 요소들의 조합으로 설명된다는 사실과 닮아 있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은 몇 가지 단순한 규칙의 반복이라는 점, 이것이 도형을 공부할 때나 글자를 공부할 때나 똑같이 적용되는 생각의 틀입니다.
한글날을 맞아 아이와 함께 자음을 하나씩 써보면서 어떤 도형이 숨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괜찮은 놀이가 될 수 있습니다. ㄱ과 ㄴ에서는 직선과 각을, ㅁ에서는 사각형을, ㅇ에서는 원을 찾아보는 식입니다. 평소에는 그냥 쓰고 읽기만 하던 글자가 도형의 눈으로 보면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