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동 영수학원] 아이가 학원 숙제를 안 해요, 양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핵심 개념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를 보면 부모 마음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대개 비슷합니다. 게을러서 그런가, 의지가 부족한 건가, 혹은 요즘 딴 데 정신이 팔린 건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원인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양의 문제인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양보다 숙제가 많으면, 아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마음으로 먼저 포기해버립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학교 숙제, 학원 숙제, 그리고 다른 과목 공부까지 합쳐 하루에 써야 하는 시간이 세 시간이 넘는다고 해봅시다. 그중 수학 숙제만 놓고 봐도 문제집 두 페이지에 스무 문제 넘게 있다면, 한 문제를 푸는 데 3분씩만 잡아도 한 시간이 걸립니다.
학교 다녀오고 다른 학원도 다녀오고 나면 이미 지쳐 있는 상태에서 한 시간짜리 숙제를 마주하게 되는 겁니다. 이럴 때 아이가 숙제를 미루는 것은 나태해서가 아니라, 남은 에너지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다고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양이 많으면 질도 함께 떨어집니다. 스무 문제를 억지로 채우려다 보면 개념을 이해하려는 시도 없이 답만 베끼거나, 비슷한 유형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데 그칩니다. 차라리 다섯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스무 문제를 대충 해치우는 것보다 실력에는 훨씬 도움이 됩니다. 숙제의 목적은 문제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배운 개념을 손으로 확인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적정한 양은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요. 한 가지 기준은 아이가 집중해서 풀 수 있는 시간입니다. 초등학생이라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경우가 많고, 중학생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루는 개념이 복잡해지니 문제 하나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숙제의 양을 문제 개수가 아니라 예상 소요 시간으로 정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30분이면 30분 안에 풀 수 있는 만큼만 내주고, 다 못 풀었다고 해서 남은 문제를 억지로 채우게 하지 않는 식입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다그치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일입니다. 숙제가 어려워서 못 하는 건지, 양이 많아서 시작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하기 싫어서 미루는 건지는 겉으로 보면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는 해법이 전혀 다릅니다. 어려워서라면 개념 설명이 더 필요한 것이고, 양이 많아서라면 조절이 필요한 것이고, 하기 싫어서라면 동기의 문제입니다. 원인을 잘못 짚고 다그치기만 하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아이는 숙제 자체를 싫어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학원에서 숙제를 내줄 때도 이런 점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는 30분 단위로 수업을 나누어 진행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이는 한 번에 다루는 학습량을 적절히 쪼개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단위로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숙제도 마찬가지 원리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하루치 숙제를 한꺼번에 몰아주기보다, 아이의 학년과 컨디션에 맞게 나누어 주는 편이 실제로 끝까지 해내는 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한다고 느껴질 때, 잠깐 멈추고 숙제의 양을 다시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의지를 탓하기 전에 양을 먼저 의심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와의 실랑이가 훨씬 줄어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