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몇 번 접으면 달까지 닿을까, 지수의 위력
핵심 개념
종이 한 장의 두께는 보통 0.1밀리미터쯤 됩니다. 이 종이를 반으로 접으면 두께는 두 배가 됩니다. 다시 접으면 또 두 배, 또 접으면 또 두 배가 됩니다. 이렇게 한 번 접을 때마다 두께가 두 배씩 늘어난다면, 42번쯤 접으면 정말 달까지 닿을 수 있을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먼저 접는 횟수와 두께의 관계를 정리해 보면, n번 접었을 때 두께는 0.1밀리미터 × 2ⁿ이 됩니다. 10번 접으면 2¹⁰ = 1024이니 두께는 약 102밀리미터, 그러니까 10센티미터 정도로 책 한 권 두께쯤 됩니다. 여기까지는 그럴듯합니다. 20번 접으면 2²⁰은 약 100만이니 두께는 약 100미터, 아파트 30층 높이쯤 됩니다. 아직 실감이 안 날 수도 있지만, 접는 횟수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두께가 곱절이 된다는 사실이 벌써 무섭게 느껴집니다.
30번 접으면 어떻게 될까요. 2³⁰은 약 10억이 조금 넘습니다. 두께로 따지면 약 10만 미터, 즉 100킬로미터입니다. 이는 국제선 비행기가 나는 고도보다 훨씬 높고,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라고 부르는 경계에 이미 다다른 높이입니다. 겨우 30번 접었을 뿐인데 종이 한 장이 우주까지 올라간 셈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몇 번만 더 접어보겠습니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 킬로미터입니다. 42번 접었을 때를 계산해 보면 2⁴²은 약 4조 4000억입니다. 여기에 0.1밀리미터를 곱하면 약 4억 4000만 미터, 즉 44만 킬로미터가 나옵니다. 달까지의 거리인 38만 킬로미터를 이미 넘어섭니다. 결국 42번만 접으면 달에 닿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30번에서 겨우 12번 더 접었을 뿐인데 100킬로미터였던 두께가 44만 킬로미터로 뛰어오른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종이를 그렇게 많이 접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종이가 접힐 때마다 접히는 부분의 넓이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물리적으로 손이 들어갈 공간조차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크기의 종이는 7번에서 8번 정도만 접어도 더 이상 접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실험이라기보다는, 지수가 얼마나 빠르게 커지는지를 보여주는 사고 실험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가 알려주는 것은 두 배씩 늘어나는 양이 얼마나 빠르게 커질 수 있는지입니다. 1, 2, 4, 8처럼 처음에는 느리게 늘어나는 것 같다가도, 횟수가 쌓이면 순식간에 상상하기 힘든 크기가 됩니다. 이런 성질을 지수함수의 특징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매번 같은 양만큼 더하는 경우, 예를 들어 한 번 접을 때마다 두께가 0.1밀리미터씩만 늘어난다고 하면 42번 접어도 두께는 겨우 4.2밀리미터에 그칩니다. 같은 42번이라도 더하기와 곱하기의 결과는 이렇게나 차이가 납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지수법칙이나 지수함수를 배울 때 2ⁿ 같은 식이 그저 계산 규칙으로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 접기 이야기를 떠올리면 지수가 커질 때 값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어나는지 감을 잡기 쉬워집니다. 큰 수의 크기를 가늠하는 감각은 지수법칙을 공식으로만 외울 때보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한 번 계산해 볼 때 훨씬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