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는 왜 4층이 없을까, 숫자와 문화 이야기
핵심 개념
호평동에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를 타다 보면 3층 다음에 4층이 아니라 F층이라고 적힌 버튼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어떤 건물은 아예 4자를 건너뛰고 3층에서 5층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표기는 숫자 4의 한자 발음이 죽을 사(死)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이유로 널리 퍼진 관습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건 수학적인 근거가 아니라 언어와 발음에서 생겨난 문화적 습관입니다. 숫자 4가 특별히 불길한 성질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고, 그저 한자 문화권에서 발음이 겹치는 우연 때문에 사람들이 꺼리게 된 것뿐입니다. 서양에서는 4 대신 13이 비슷한 취급을 받아서, 호텔이나 항공기 좌석에 13층이나 13번 줄이 없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13이 불길하다는 생각은 최후의 만찬에 참석한 사람이 13명이었다는 이야기나 여러 전설이 뒤섞이며 퍼졌다고 전해지는데, 정확한 기원이 하나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는 점은 숫자 자체는 순전히 수학적인 개념이라는 사실입니다. 4는 2 × 2로 이루어진 합성수이고, 정사각형의 변의 수이자 가장 작은 짝수인 2보다 큰 첫 번째 짝수의 제곱이기도 합니다. 13은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소수입니다. 이 숫자들이 가진 성질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든 똑같이 성립합니다. 4층을 4F로 표기하든 3A로 표기하든, 그 층이 실제로 몇 번째 층인지, 그 층까지 계단이 몇 개인지는 전혀 달라지지 않습니다. 숫자가 가리키는 양과 그 숫자에 사람들이 덧붙인 의미는 서로 다른 층위의 이야기라는 점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런 구분은 수학을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소수와 합성수를 배울 때 어떤 학생들은 특정 숫자에 좋고 나쁨이 있다고 막연히 느끼기도 하는데, 수학에서 숫자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아니라 성질을 따져보는 대상입니다. 7이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는 것도, 4를 피하는 것도 모두 사람이 숫자에 붙인 이야기이지 숫자 자체의 수학적 특징과는 별개입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표기법의 차이입니다. 같은 4라는 양을 우리는 아라비아 숫자로 4라고 쓰지만, 로마 숫자로는 Ⅳ라고 씁니다. 5를 나타내는 Ⅴ에서 1을 나타내는 Ⅰ을 앞에 빼서 표현하는 방식인데, 이것도 결국 4라는 양 자체는 그대로 두고 겉모습만 바꾼 것입니다. 엘리베이터의 F 표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숫자 4를 알파벳 F로 바꿔치기했을 뿐, 3층과 5층 사이에 놓인 그 공간의 위치와 높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은 수학이 다루는 대상과 인간이 그 대상에 덧입히는 감정이나 상징을 나누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보게 되면, 그 F 뒤에 어떤 발음의 우연과 문화적 습관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그 숫자가 원래 가지고 있는 수학적 성질은 무엇인지 함께 떠올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