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동 바꿈영수학원] 복권과 보험은 같은 수학을 쓴다
핵심 개념
복권을 사는 사람과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쪽은 적은 돈으로 큰 행운을 노리고, 다른 한쪽은 매달 돈을 내면서 나쁜 일이 안 생기길 바랍니다. 그런데 이 둘을 계산하는 수학은 완전히 같습니다. 바로 기댓값이라는 개념입니다.
기댓값은 어떤 확률로 얼마를 받는지를 모두 곱해서 더한 값입니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1000원을 받고 뒷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못 받는 게임이 있다고 해봅시다. 앞면이 나올 확률은 12이고 그때 받는 돈은 1000원이니, 기댓값은 12 × 1000 + 12 × 0 = 500원입니다. 이 게임에 참가하는 값이 500원이라면 딱 공평한 게임이고, 500원보다 비싸게 참가비를 받는다면 게임을 여는 쪽이 유리한 구조가 됩니다.
복권으로 옮겨가 볼까요. 복권 한 장이 1000원이고, 1등에 당첨될 확률이 아주 작다고 해봅시다. 실제 복권은 등수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지만 단순화해서, 800만분의 1의 확률로 10억 원을 받고 나머지는 꽝이라고 가정하면 기댓값은 10억 × 18000000로 계산됩니다. 이 값을 계산해보면 약 125원입니다. 즉 1000원짜리 복권 한 장의 기댓값이 125원 정도라는 뜻입니다. 산수로만 보면 875원을 손해 보는 셈이니 사는 것 자체가 손해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는, 기댓값이라는 평균적 수치와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1000원을 잃는 것은 별로 아프지 않은데 10억 원을 받는 상상은 그 이상으로 즐겁다는, 감정의 비대칭이 끼어드는 것입니다.
보험은 이 계산을 반대 방향에서 이용합니다. 보험 회사는 특정 사고가 일어날 확률과 그 사고가 났을 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계산해서 보험료를 정합니다. 가입자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에게 사고가 날 확률을 정확히 모르지만, 보험 회사는 수많은 가입자를 모아 놓고 평균적으로 몇 명에게 사고가 나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고가 1년에 1500의 확률로 일어나고 사고가 나면 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면, 가입자 한 명당 기댓값은 500만 × 1500 = 1만 원입니다. 보험 회사는 여기에 운영비와 이윤을 더해서 보험료를 1만 2000원 정도로 정합니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기댓값보다 조금 더 내는 손해 보는 계약이지만, 그래도 가입하는 이유는 복권과 정반대입니다. 아주 낮은 확률이라도 그 사고가 실제로 나면 감당하기 힘든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그 위험을 작은 금액으로 나눠 미리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결국 복권과 보험 모두 확률과 금액을 곱해서 더하는 같은 계산법, 즉 기댓값을 씁니다. 다만 복권을 사는 사람은 기댓값보다 손해를 보면서도 작은 확률의 큰 이득에 마음이 끌리고, 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은 기댓값보다 손해를 보면서도 작은 확률의 큰 손실을 피하려 합니다. 둘 다 수학적으로는 손해인 선택인데, 그 손해를 감수하는 이유가 서로 반대인 셈입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확률 단원에서 기댓값을 배우면 대부분 동전이나 주사위 문제로만 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개념 하나가 복권 판매점의 가격 정책부터 보험 회사의 보험료 산정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실제로 돈을 움직이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확률과 통계 단원을 공부할 때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단순히 공식을 외우는 것과는 다르게 와닿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