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평동 영수학원] 전기요금 고지서 읽기, 누진 구간의 수학
핵심 개념
여름이 되면 집집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한숨을 쉬는 일이 많습니다. 지난달보다 사용량이 조금 늘었을 뿐인데 요금은 훨씬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현상의 뒤에는 누진 구간이라는 수학적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기요금이 왜 사용량에 비례하지 않고 구간마다 다르게 늘어나는지, 수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누진제란 사용량이 특정 구간을 넘어가면 그 구간을 넘는 부분에 대해 더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요금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구간(0kWh부터 200kWh까지)은 1kWh당 100원, 2구간(200kWh 초과부터 400kWh까지)은 1kWh당 200원, 3구간(400kWh 초과)은 1kWh당 300원이라고 가정해 봅시다(실제 요금 체계는 시기와 정책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는 설명을 위한 가정 수치입니다).
이런 구조를 수학에서는 구간마다 다른 식이 적용되는 함수, 즉 구간함수라고 부릅니다. 한 식으로 전체를 표현할 수 없고, 사용량이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에 따라 계산 방법 자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한 달 사용량이 150kWh라면 전부 1구간 안에 들어가므로 요금은 150 × 100 = 15000원입니다. 간단한 비례식이죠. 그런데 사용량이 300kWh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전체 300kWh에 200원을 곱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200kWh는 1구간 단가로, 나머지 100kWh는 2구간 단가로 나누어 계산해야 합니다.
1구간 요금은 200 × 100 = 20000원이고, 2구간 요금은 (300 - 200) × 200 = 20000원입니다. 둘을 더하면 40000원이 됩니다. 사용량은 두 배(150kWh에서 300kWh)가 되었는데 요금은 15000원에서 40000원으로 거의 세 배 가까이 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은 학생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300kWh 전체에 2구간 단가인 200원을 곱해서 60000원이라고 계산하는 것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오류 유형인데, 누진제의 핵심은 '넘은 부분만' 높은 단가가 적용된다는 점을 놓쳤기 때문입니다. 마치 소득세를 계산할 때 전체 소득에 최고 세율을 곱하는 것이 아니라 구간별로 나누어 계산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비례와 누진의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비례 관계는 그래프로 그리면 원점을 지나는 하나의 직선이지만, 누진 요금은 구간이 바뀔 때마다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는 꺾인 직선, 즉 구간별 일차함수의 연결로 나타납니다.
이 그래프를 상상해 보면 왜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요금이 급격히 늘어나는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1구간 구간에서는 완만한 기울기로 올라가다가, 2구간에 들어서면 기울기가 더 가파르게 꺾이고, 3구간에서는 더욱 가팔라집니다. 같은 1kWh를 더 쓰더라도 어느 구간에서 쓰느냐에 따라 추가되는 요금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400kWh를 사용했을 때 요금을 계산해 보면, 1구간 20000원, 2구간 (400-200)×200=40000원을 더해 60000원이 나옵니다. 만약 450kWh를 사용했다면 여기에 3구간 요금 (450-400)×300=15000원이 더해져 총 75000원이 됩니다. 50kWh를 더 썼을 뿐인데 15000원이 늘어난 것이죠.
이렇게 구간마다 식이 달라지는 상황은 중학교 함수 단원이나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루는 구간별 정의 함수의 좋은 예시가 됩니다. 교과서의 추상적인 식보다 고지서라는 실제 숫자를 가지고 따라가 보면 왜 구간을 나누어 계산해야 하는지 몸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온 달에는 짜증이 날 수도 있지만, 그 숫자 안에 구간함수라는 수학 개념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면 고지서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에 고지서를 받으면 사용량이 어느 구간에 걸쳐 있는지, 그리고 그 구간에서 요금이 어떻게 더해지는지 한 번 직접 계산해 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 될 것입니다.
